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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상처를 가진 채 어른이 되었다." 꿈 - "사방에서 바퀴벌레들이 튀어 나와요. 급기야 입속으로 들어가서 몸이 불어나요. 이가 머리 한 가득인데 털어도 끝이 없어요. 입에서 기생충이 쏟아져요. 방 바닥과 천장에 벌레들이 가득해요. 쓸어내도 계속 늘어나요. 큰 귀뚜라미가 방에 들어와서 내보내려고 방문을 열었는데 사방에서 귀뚜라미들이 튀어 들어와요. 온몸에 구더기가 득실거려요. 어금니가 벌레로 가득해요." "선생님 짜증나요. 살기 싫어요. 꼴보기 싫어요. 혐오스러워요. 죽여버리고 싶어요." 거부당하거나 상처받는 일에 민감한 향숙씨의 입에서 누군가를 향한 부정적인 말이 쉴 새없이 튀어 나온다. 불안한 사람은 부정적인 일을 무심코 말로 뱉는 경향이 있다. 입 밖에 내는 순간 감정이 격해져 생각하지 않았던 말까지, 해서는 안되는 말까지 하고야 만다. 사실 향숙씨는 웬만하면 다른 사람에 맞추는 사람이다. 힘든 일이 있어도 도와달라는 말을 입 밖에 내지 못하는 약한 사람이기도 하다. 불우한 환경에서 엄마로부터 배신감을 느끼거나 상처를 받게 되면 자기부정이 세다. 상담에서 그녀는 과거 경험한 고난에 대하여 악다구니를 하는 것이다. 애초에 엄마의 관심이 충분하지 않은 경우 아이는 그런 상황에 적응하고 엄마와의 관계에 기대를 하지 않게 된다. 향숙씨도 아무런 요구없이 순한 착한 딸로 살아왔다. 향숙씨는 내면에서 "네가 잘못했네" 하는 목소리가 들리는데, 상담에서 엄마를 향한 분노를 알아차리면서 엄마가 던진 가슴 아픈 여러 말이 계속 떠올려졌다. 오랜 시간 가슴에 묻어둔 상처였다. 성인이 되어도 엄마에 대한 느낌은 어린 시절과 별반 다르지 않다. "엄마는 저를 한 번도 안아준 적이 없어요." 어떠한 이유에서든 아이를 안아주지 않는 엄마는 관계가 불안정해져 아이를 돌보지 않게 된다. 향숙씨는 엄마를 만나지 않을 때는 애가 타서 안쓰러워 어쩔줄 몰라하고 만나면 혐오감이 일어나 30분을 함께 있지 못해 친정에서 뛰쳐 나온다고 한다. 꿈속의 벌레는 유년기나 아동기의 불안정한 애착으로 인한 고통을 가리킨다. 이런 고통은 의식에서 제거되어 구체적으로 잘 기억나지 않는다. 하지만 벌레는 내사된 나쁜대상 즉, 자기감에 해로운 속성으로 아이의 정신을 마비시킨 엄마의 적대감이다. 엄마에 대한 딸의 원망은 죄책감뿐만 아니라 자기 혐오로도 표출되는데, 엄마를 증오하게 되면 딸은 반드시 자신을 미워한다. 신체 안과 밖에서 벌레에 의해 공격받는 꿈은 아주 어린 나이부터 엄마의 광증(증오)에 가차없이 공격당한 경험에서 비롯된다. 향숙씨는 엄마의 질시의 표적이었고, 그 증오가 지나갈 때까지 스스로 무감각해져야만 했었다. 딸을 자신의 분신이라 여기는 엄마는 딸의 인생을 지배하고 통제한다. 엄마의 말 한마디는 향숙씨의 의욕을 앗아갈 정도로 파괴적이라 나이가 들어서도 쉽게 아물지 않았다. 엄마관계가 냉랭할 때가 많고, 서먹하고 지나치게 신경을 쓰는 상황이 벌어져 엄마의 반응이 좋지 않으면 자신을 싫어하는 건 아닐까 불안해져 해야 할 일을 할 수 없는 지경이 된다. 향숙씨는 사랑받고, 이해받고,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 엄청 크다. 조금이라도 엄마가 부정의 기색을 보이면 불안에 사로잡혀 과잉반응을 한다. 엄마 용돈과 병원비에, 간식과 찬거리를 대고, 심부름에, 집안 일을 거들면서 친정살이를 자초한다. 거부당할지 모른다는 생각이 머리에 박혀 그 불안을 떨칠 수가 없어서 투덜거리면서도 아무도 시키지 않은 그 모든 일을 해내버린다. 더군다나 상담 시작후 엄마와 적당한 거리두는 것을 나쁜일이라 여겨져 몹시 죄책감에 시달렸다. 그녀는 증오의 분위기가 지배하는 가정환경에서 성장했다. 부모는 서로를 증오했고, 특히 엄마는 경계없이 있는대로 성질을 부렸다. 향숙씨가 하는 일이면 무엇이든 못마땅해하고 경멸했는데 엄마의 시기심이기도 하다. 아주 어린 나이부터 시기심으로 상처를 받으면 생생함과 편안함을 주고받는 인격발달과정에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또 시기심이 강한 엄마는 딸에게도 라이벌 의식을 가진 나머지 애착행위를 거부한다. 시기심의 공격은 전체 발달과정을 단절시키며 선한 것을 나쁜 것으로 보도록 유도한다. 향숙씨는 엄마의 경멸과 조롱에 인이 박혔다. 향숙씨는 남의 표정에 민감하고 속마음을 알아채는 속도가 빠르긴 하지만 부정확하다. 그래서 오해속에 산다. 다른 사람에게 받아들여질지 아닌지에만 초점을 두어서 그렇다. 벌레는 그녀에게 주입된 악의적인 신랄한 엄마의 독설이다. 벌레는 죽음이나 한계를 의미하기도 하는데, 불길한 어떤 악, 혹은 결함이다. 그녀의 내면은 벌레로 가득차 있다. 부모로부터 안전감에 위협을 받은 사람은 피해적인 인지에 빠져 산다. 병리적 인지로 인하여 우울증, 불안장애뿐만 아니라 정신질환이 생길 위험성도 높다. 그 벌레는 외부로 투사되기도 하는데 그때 주변인들은 자신을 괴롭히는 괴물이 된다. 증오는 누적되어 체내에 침전되어 근육과 신경과 혈관을 오염시키고, 지각와 판단도 오염시킨다. 어릴 때부터 부모의 분노폭발과 인격적 비난을 쌓아 두었다면 상대가 충분하게 배려해주지 않는다고 느끼는 상황에 처할 때마다 기다렸다는 듯 부정적이고 비뚤어진 편견으로 그 사람을 헐뜯게 된다. 또한 부모에게 애물단지 취급을 당하고 부정적인 말을 듣고 자라면 결국 부모를 난처하게 하는 일을 저질러 부모의 평가에 걸맞는 행동을 하기도 한다. 이런일은 일어나고야 만다. 부정적인 대우를 받고 자란 사람은 좋은 재능이 있어도 자기 부정의 성향에 빠져버린다. 또는 엄마가 미친 영향 이상으로 배우자와 자녀에게 심술로 악영향을 미친다. 상담은 예전에 살아왔던 방식과 다른 경험을 통해 분노를 긍정적인 목적으로 사용하는 연습을 한다. 상대를 모두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문제 해결을 위해 초점을 맞추고 분노를 표출하게 한다. 실망을 느꼈을 때 어떠한 행동을 해야하는지를 오랜시간동안 훈습한다. 벌레를 혐오하는 사람들은 노력없이 좋은 세상이 그냥 찾아와 주길 기대한다. 아마도 매우 수동적으로 살아왔기 때문일 것이다. 고통은 존재의 필수적인 부분이며 삶의 과정에 필요한 부분이다. 벌레가 사라졌으면 하는 바램은 어려움 없는 세상에 대한 몽상일 뿐이다. 고통없는 상태를 바라는 개인은 아무런 노력을 하지 않는 다는 것을 의미한다. 자신을 불편하게 하는 것들을 다 제거하고 성가시게 하는 것의 원천을 없애고 싶어한다. 하지만 그것은 자기애적 환상일 뿐이다. 그녀는 다시 꿈을 꾸었다. "이사를 가게 되었는데, 그 집이 마음에 들었어요. 흡족하지 않은 부분도 있었지만 무난하게 느껴졌어요. 어린 시절 살던 구조라서 과거에 대한 향수를 느낄 수도 있었고, 모던한 인테리어도 맘에 들었어요. 하지만 한동안 그 집을 사용한 사람이 없었던지라 청소를 해야했지요. 군데 군데 얼룩이 있었고 바퀴벌레도 있었어요. 하지만 주인 아주머니가 친절하게도 도와주어 말끔하게 청소를 했어요. 아주머니가 있어 안심이 되어 바퀴벌레를 빗자루로 쓸어내는데 크게 두렵지 않았어요." 향숙씨가 드디어 공포없이 벌레를 죽였다. 싹 치웠다. 아마도 과거 고통을 기꺼이 감당하려는 향숙씨의 다짐과 노력이고 희망일 것이다. "그녀는 자유를 얻었을까?, 삶에서 기쁨을 맛보았을까?, 좋아하는 사람이 생긴걸까?, 누군가에게 도움을 청했을까?, 고마울까?, 상처 준 사람에게 미안한가?, 후회할까? 희망을 느끼나? 감사하나?, 행복한가?, 신을 알게 되었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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