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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품이 따스한 인문학자 M이 말한다. “학부논문을 떠올리면 다정히 대해주시던 작고한 G 선생님이 생각나요. 그때는 내 안에서 학문 열정이 대단 했었어요. 그런데 박사논문과 연관해서는 이상하게 아무 생각이 없어요. 그 당시 골치아파하던 논문 주제에 대해선 수십년이 지난 지금도 혼돈 상태구요.” 위 말을 듣는 순간, 심연에서 스르르 깊은 공명과 직관이 솟아오른다. “어떤 영혼의 선생을 만났는가가, 학자로서의 성공 실패에 이토록 중요하구나~” M은 말과 행동이 일관되어, 만나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뒷 여운이 참 좋다. 그런데 M의 논문교수 Y를 떠올리면, 겉은 고상한데 뒷 여운이 늘 허탈하다. Y와 연관된 과거기억 저장소에는 진심으로 도움 받았다는 느낌 흔적이 없다. Y에게 들었던 수업 주제들은, 오랜 세월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미정리 상태다. “차라리 그 주제를 독학했더라면 더 좋았을 텐데...”하는 아쉬움이 종종 든다. Y는 학문이 깊지 않다. 중요한 사실은, 그의 수업을 듣거나 깊은 대화를 나누려 하면, 고상하고 현란한 말들이 들린 후 영혼이 '멍'해진다는 것이다. 이런 묘한 현상의 원인은 무엇인가? 세상을 전체적으로 이해못한 채 왜곡하는 ‘편집적 사고-분열적 사고’의 원인을 규명한 Klein이 심연에서 솟아나 전한다. “그것은 극복되지 못한 시기심 때문이야 ~” (시기심이란 사랑받지 못한 분노로 인해 '좋음을 파괴'하는 마음이다.) 영유아기에 엄마의 돌봄을 충분히 받지 못해 무의식에 시기심이 가득 찬 아이는 성장 후에, 타인이 잘되는 꼴을 못견뎌한다. 그래서 내부에서 역동하는 부정적 기운(어릴 때 상처입어 손상된 자아요소, 소화하지 못한 충격, 콤플렉스)을 관계하는 대상에게 (무의식이 쓱) 배설한다. 그 결과 자신의 정신은 잠시 청량감을 유지하게 되고, 타인의 정신은 (좋은 아이디어들과 사고기능이 파괴되고 마비된) 바보 상태가 된다. 고상한 학술 언어를 표출하는 Y와 접촉하는 순간, 특별한 학자에너지를 흡수하려고 열린 마음으로 접촉한 사람들의 정신은 (Y가 소화해내지 못한 채 자기 밖으로 비워낸) ‘영혼 없는 단어’들로 채워져 멍한 상태로 변질된다. 복잡한 인생 문제를 곱씹어 소화해내 신묘하게 풀어내는 ‘인문학자의 심오한 말씀’을 경험하지 못하고, 강의자의 분열되어 마비된 정신부분으로 인해 텍스트를 '전체적으로 종합'해내지 못한 ‘부분적 지각 언어’와 외국 저자의 ‘책에 기록된 언어’들만 메마르게 번역된 사전적 의미로 대면하게 된다. “나는 결코 타인을 위해 나의 시간과 에너지를 쏟아 뭔가를 힘들게 소화해내려 애쓰거나, 소화한 양분을 타인에게 베풀어줄 수 없어 ~” 타인에게 자신의 좋음을 진정으로 나누어주는 정서가 발달하지 못하고, 무의식의 시기심으로 인해 타인과 자신의 내면 속 좋음들이 파괴되고, 자아기능의 상당부분이 손상ㆍ마비되면, ‘수많은 서로 다른 요소들이 응축된 인생의 문제’를 인문학의 눈으로 종합해서 풀어낼 수 없다. 우월한 지혜를 타인에게 전수해야 하는 선생의 직분을 온전히 수행하지 못하는 무능감과 콤플렉스들이 내면게 가득차면, 그가 감당해내지 못한 정체가 모호한 정신내용물이 수업 시공간에서 밖으로 배설되는 순간, 그것에 접촉된 타자의 정신도 그와 유사 상태로 전염ㆍ변질된다. 이런 대상을 교수(삶을 안내하는 대타자)로 만나는 순간, (그의 상태가 마치 이름난 학교 학자의 모델인양 그대로 내면화되어) 미래에 존경받는 학자 되기를 꿈꾸던 예비학자들의 영혼은, (원인도 모른 채) 성장이 멈추거나 퇴보하게 된다. ‘진정한 학자’는 어떤 기능을 하는가? 그는 뭔가에 막혀서 낑낑대는 사람들의 무거운 문제들에 자신의 왕성한 정신에너지를 투여하여, 막힌 것을 풀어내게 도와준다. 내면을 마비시키는 타인의 복잡한 감정과 사고 덩어리를, 대신 자신의 영혼에 담아내어 적절히 소화시켜 상대방이 감당할 수 있는 (소화된) 자료로 되돌려주는 ‘선생–학생 관계’‧ (영혼의 진액을 쏟아) 막힘을 뚫어내게 도움주는 지적 소통 모델을 불과 몇 번만 경험해도, 학습자의 자아기능‧경험영역-앎에의 욕구는 새로운 차원으로 확장되어, 자신이 무심결에 동일시한 선생과 어느덧 동등한 정신능력을 소유하여 활용하는 비범한 존재로 변형된다. [세상과의 접촉을 매개하는 부모의 세상보는 눈이 좁고 경직되거나, 자식의 자발적 자기표현에 대해 '자기중심적-편집적-부정적 반응 태도'를 취할 경우, 자식의 정신성은 부모의 좁은 경험영역에 갇히거나, 주어진 현실에서 감당해내지 못한 무엇에 막혀 더이상 발달하지 못하게 된다. 그 상태로 평생을 그렁그렁 살아가게될 그 사람들에게, 경험영역을 새로운 차원으로 확장, 도약시키는 영감을 주고, 보통사람이 풀지못해온 오래된 인생 문제들을 당당히 대면하여 비범하게 풀어내는 정신 능력을 고양시키는 점에서, 진정한 학자의 기능은 정신분석가의 기능과 유사하다. ] M은 타인의 삶이 힘듬에 처했을 때, 그 곤경을 담아주고 덜어주어 자존감을 유지할 수 있게 해주던 그런 인격자다. 좋음을 조건없이 베풀어주던 부모, 형제, 배우자 체험에서 나온 긍정 에너지를 자신이 관계하는 주위 대상들에게 꾸밈없이나누어주는 모델이다. 그와 가까이 관계하던 시절엔 염려하던 현실문제가 스르르 해결되고 영혼에 안정감이 그득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긍정적 베품의 소유자 M 자신은 박사과정에서 Y 교수를 만난 후로, 원인모르게 사고력과 학문 열정이 둔화되어 학문 꽃을 피우는 정신기능과 활동이 모호해졌다. '무의식'을 주목하지 않고 살아가는 보통 사람은 (인문학자조차) 자기 정신이 그리된 원인을 도무지 알 수가 없다. 소중했던 열정과 자아기능이 어떤 이유로 어느 때부터 침체되어 버렸고, 그것을 벗어나려면 어떤 ‘통과의례 길’을 가야 하는 것인지 감을 잡지 못한 채, 고귀한 영혼이 그냥 그렇게 저물어 간다. [정신분석가는 중요한 무엇을 포착해도 일상에서 만난 그 대상에게 좀처럼 알려주지 않는다. '무의식의 메시지'는 소중한 인간관계를 종종 꽤 어색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무척 귀한 만남에서조차 '진실'은 대부분 어둠에 묻혀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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