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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인간은 세상에 대해 5% 정도만 의식의 눈으로 관계하고, 95%는 무의식의 욕망-불안들에 추동되어 살아간다. 그런데 깨어있을 때의 의식은 마치 자신이 삶을 전체적으로 판단, 통제하며 살아가고 있는 양 착각하여 무의식을 부정한다.(의식중심주의) 단지 수면 중 꿈, 치명적 실수, 고통스런 증상이 생겨야 비로소, 의식이 모르는 어떤 힘이 내부에 있음을 잠시 인정하게 된다. 이런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무의식전문가인 정신분석가가 에너지를 주기 간단치 않은 몇몇 부류의 사람들이 있다. 첫째 유형은, 정신성을 추구하는 직업에 종사하지만, 사회적 얼굴(페르조나)을 내려놓고 자신의 무의식과 대면하는 것이 너무도 힘든 사람이다. 일상에서 만나곤하는 이들(학자, 종교가..)은 의식능력을 뽐낼만한 권위를 지니는데, 의식이 지각하는 나와 ‘무의식의 나’ 사이의 괴리가 너무도 커서, 자신의 ‘무의식’뿐만 아니라 무의식 일반에 대해 과민한 거부반응을 드러낸다. “‘무의식’이란 개념이 대체 왜 필요한 거지요? 정신분석이 왜 구지 필요한 거지요?” 인류가 겪는 고통의 의미를 숙지하여 고통받는 인류를 위해 심오한 진리를 가르치고 상담해주고 싶다는 그들을 향해 “고통 받는 영혼들을 치유하고 감동 주는 메시지를 진정 전하고 싶으시면, 먼저 자신의 무의식과 인간의 무의식을 아는 것이 기본으로 필요해요, 고통의 뿌리와 에너지의 근원이 그곳에 있기 때문입니다 ~ ”라고 정성스레 전해도, 그 말이 정신에 좀처럼 수용되지 않는다. 칼 융에 의하면, 이런 사람은 타인을 향해 영혼의 구원과 안식을 얻는 길을 고상한 관념언어로 전하지만, 무의식은 소화하지 못한 채 분열된 그림자들(외면한 부정적 감정표상들...)로 그득하다. 이들의 외적 얼굴과 목소리는 점잖고 평온한데, 내부엔 타인(어린시절 부모 형제)에게 위로 대접 받기 원하는 열등감에 시달리는 아이와 의심많은 원초 인격이 거주한다. 의식과 무의식이 통합되지 못한 이런 상태가 계속되면 그 인격은 어찌되는가? 학계, 종교계, 법조계, 심지어 심리치료학계 유명인에게 알게모르게 종종 발생하는 스캔달은 바로 이 상태에 기인한다. 현실의 어떤 자극이 이분들의 분열된 무의식을 우연히(혹은 두 번 이상) 톡 건드리는 순간, (분열-억압된 무의식을 외면해온) 대다수 인간은 무의식이 의식에로 치솟는 사태를 방어할 수 없게 된다. 이런 현상 자체는 정신분석의 눈에는 그리 이상한 일도 아니다. 즉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정말 이상한 것은, 스캔달의 주역도 그를 비난해대는 냉혹한 눈들도, 초점화된 인물의 무의식을 좀처럼 이해하려 들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 결과로 사건 당사자도, 가혹한 비판자들도, 이들의 의식과 무의식은 여전히 '분열된 상태'로 남게 된다. 분열된 무의식이 삶을 평생에 걸처 얼마나 고달프게, 위선적으로 살 수밖에 없게 만드는지 진정 아시는가? 이 시대 한국인의 근본 취약점은 바로 여기에 있다. (남을 욕하면서 그것이 곧 자신을 욕하는 것이란 것을 모르는 상태가 반복된다.) 두번째 유형은, 정신성과 무관한 무엇에 관심과 가치감이 과잉 고착된 사람이다. 가령, 세속의 직업에 종사하는 다수의 사람들은, 집단이나 사회가 자신에게 요구하는 전문노동에 자신의 정신신체에너지 대부분을 투여한다. 그 댓가로 사회 속 타자일반이 가치롭게 응시하는 ‘성공한 인간’ 타이틀과 물질적 보상을 얻고 싶어 한다. “이젠 그 누구도 감히 나를 함부로 대할 수 없어~” 이들에게 그 목표 이외의 요소들은 하찮게 지각되고, 그 목표에서 멀어지면 마치 자신이 세상의 중앙무대에서 폐기된 존재처럼 공허감에 빠지게 된다. 그래 공허감, 무의미감을 벗어나고자 그들은 점점더 비싼 물건, 비싼 소비, 비싼 관계, 비싼 향락으로 자신을 장식, 위로한다. 그런데 이런 위로는 과연 자존감을 고양하고 심신의 만족감을 제공하는가? "남들은 내가 많은 것을 가졌다고 부러워하지만, 정작 내 자신은 자존감도 약하고 의미있게 추구하고픈 목표도 희미하고, 인간관계에 기쁨이 좀처럼 안느껴져요! 그냥 사는 것 뿐이예요 ~ " 사회적 성공과 재산축적은 상징계가 권하는 여러 가치들 중 하나이다. 아울러 아동기에 동성의 부모나 형제에게 느꼈던 힘콤플렉스를 극복하게 하는 순기능을 한다. 그런데 그것에 배타적으로 집착하면, 정신의 여러 요소들이 균형 있게 발달하지 못한 채, 자아기능이 오직 특정 부분에만 발달된 기형 인격이 된다. ‘자본주의 문화’의 위력은 개인의 생각보다 거대해서, 개인이 아무리 자신의 개성 가치를 세상에서 인정받고 싶고, 타자와 진정으로 관계하고 싶어도, 자본의 많고 적음과 자본 생성 능력의 크고작음에 의해 자존감이 좌우되고, 대다수 인간관계를 이익과 손실 경제개념으로 환원시킨다. 자본주의 문화환경에 함입되면...정신에너지(자아리비도)가 상징 기표인 '돈'에 배타적으로 고착-집중되어, 그 결과 그것이 마치 전능한 남근 대상, 궁극적 욕망대상인 양, 그것의 소유에 반복해서 집착하는 낙으로 살게 된다.(자본의 물신화) 그로인해 새로운 대상에 대한 관심(가치감)과 욕망이 주변화되고 약해져, 새롭고 소중한 대상관계를 통해서야 성취되는 자아의 새로운 발달 과정과 범위가 제한된다. (인간 '소외') 이런 분들이 정신의 발달을 이루는 행운스런 기회는, 현실에서 기존 생활이 뜻밖의 곤경상황에 처해 위기와 절망에 처할 때이다. 좁은 시야로 보면 그 때의 고통은 불운이다. 그런데 넓은 시야로 보면, 그 고통이...자신이 추구해온 생활패턴의 한계와 실상을 자각-대면케 하고 새로운 생활 시도를 하게 하여 정신을 확장하게 만드는, 무의식이 전하는 강한 경고이자 깊은 배려인 것이다. (그런데 정신분석가가 주목해온, 정신 변화를 가능케하는 '그 귀한 순간’은 매우 드믈고 그리 길지도 않아, 만족스런 변화에 도달하기 전에 이내 기존 정신상태로 되돌아가기에, 무의식은 여전히 분열된 상태로 머물곤 한다.) 인류사 차원에서 & 개인사 차원에서 '인간'이란 이런 크고 작은 뜻밖의 재난에 직면하면서, 정신의 발달(혹은 총체적 붕괴)을 이루어가는 존재이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세번째 유형인 고통을 견뎌내는 힘이 너무 약한 사람은, 그런 고통상황이 섬뜩한 비극으로만 체감되고 불안공포가 밀려들기 때문에 강력한 내적 방어가 자동 작동되어, 심리적 은신처인 환상('병리적 조직') 속으로 도피해버린다. (영유아기의 결핍과 불안에 고착된) 이런 사람은 자기 삶에 이런저런 사건사고가 일어나거나, 자신이 지닌 어떤 문제에 대해 누군가가 주목하여 전해줄 때, 고마움이 아닌 불편감과 심한 불안이 일어나, 타자의 메시지를 ‘부인’, ‘평가절하’하게 된다. 이들은 자신이 지닌 (부분적인) 긍정요소를 (전반적인 것인 양) 부각시키고, 자신이 좋아하는 행위를 그것만이 유일하게 가치로운 것인 양 반복하면서 인생을 자위한다. “야 이 이상한 세상의 못 믿을 것들아. 나는 가진 것도 많고 행복한 삶을 사는 괜찮은 분이야~” 고통을 견뎌내는 능력보다, 고통을 회피하거나 빨리 벗어나는 방법과 능력을 발달시켜온 사람에겐, 무의식을 대면시키는 정신분석 상황이 매우 부담스럽다. 이 경우 분석가는 그의 어두운 그림자를 들추어 직면시키는 작업보다, 고통을 견뎌 소화해내는 능력을 조금씩 서서히 키워주는 데 오 랜 기간 공을 들여야 한다. 세 유형의 인간들이 함께 고함친다. " '무의식'을 운운하며 불편감을 주는 정신분석학이 이 세상에서 싹 없어졌으면 좋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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