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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증의 원인을 탐색하던 과정에서 프로이드는 뜻밖에도 인간 정신의 비밀스런 실상을 자각한다. "아. 어린 시절 솟구쳤던 욕동들이 당시에 얼마나 적절/과도하게 충족/좌절되느냐가 개인의 성격과 정신 무드를 평생 좌우하는 핵심 요인이구나..!" 입으로 '젖(가슴)'을 빨아들이는 것에 만족을 느끼던 구강기 욕동, 대소변을 배설하는 쾌락에 몰입했던 항문기 욕동, 누구는 남근이 '있구나/없네!'(성차이)를 지각하고서 이성의 부모에게 애착하던 남근기(오디푸스기) 욕동이 그 아이에게 어떤 강도와 양태로 충족/좌절되느냐는 그 자체로 이후의 쾌락 취향을 좌우하는 '원인, 모델'이 된다. 그리고 유년기 말엽에 초자아에 의해 '억압'되어 무의식에 저장된 후엔, 평생의 소망 내용이 된다. 유년기의 각 시기에 '충족/좌절'되었던 '쾌락/불안, 분노'의 흔적(표상)들은 '무의식적 환상'이 되어, 인간 존재를 정신-신체적으로 좌우하는 '실체'로 군림한다. 삶의 실질 주인은 고상한 지식을 뽐내는 의식의 내가 아니라 그 배후에 자리잡은 유년기에 고착된 욕동과 환상이며, 그 환상이 의식에 직접적으로 행동화되는 걸 저지하는 방어기제다. 목숨이 남아있는 한, 상황이 조금이라도 허락되는 한 인간은 억압된 유년기의 그 쾌락(고통)을 현실에서 다시금 생생히 충족(재현)하고 싶어 한다. 그것이 짜릿한 향락이든, 분노스런 좌절이나 당황스럽던 과잉자극이든, '억압(분열)된 정신구조를 지닌 인간'인 이상 (숨겨진) 1차관심사는 유아성욕의 반복된 충족이다! "평생 잊지 못할 쾌감(고통)을 주던 어릴 적 '그 욕동'을 다시 충족할 수만 있다면, 애타던 '그 욕구'를 일으키는 '그 대상'을 만나 원없이 사랑을 나눌 수만 있다면...이제 그만 살아도 좋다!" '프로이드의 무의식'에는 강렬한 유아성환상들이 가득차 있다. 그것을 직면하는 과정에서 개인은 억압되어 망각된 비련의 열정들을 하나씩 회복하여 다시금 사랑의 열꽃을 피울 수 있다. 지금의 당신이 중년이든 노년이든...유년기와 달리 자신이 주체적으로 연출하는 인생드라마의 생생한 주인공이 되는, 때로 현실의 경계를 모호하게 하고 넘어서기에 흥분스럽고 공포스런 모험! 사랑 이야기들이 종종 온 국민의 심금을 울리는 가장 큰 원인은, 남녀노소의 무의식에 '유아성욕동'이 생생히 역동하기 때문으로 해명된다. 당신이 보통사람이라면, 신경증자라면...프로이드의 말씀으로 족하다! 무의식의 기표인 '유아성욕동'에는 많은 내용들(외디푸스 컴플레스...)이 '압축'되어 있고, 그 개념을 담는 틀들이 여럿(구조론, 경제론, 발달론)이며, 그 그릇이 매우 크고 넓다.(이드심리학, 자아심리학, 대상관계) 그래 곱씹을 수록 음미되는 즙과 향들이 그윽그득하다. 라깡은 꿈-증상 이면에서 작동하는 무의식의 거대한 힘과 독특한 '작동 원리'를 발견해 드러낸 프로이드에 경탄한다. 그러나 프로이드 '욕동' 개념으로는 인간의 '욕망 원리'를 충분히 해명할 수 없다고 비판한다. '욕동'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갔다고 주장하는 라깡의 '욕망'이론에서는 대타자의 (무의식적) '욕망 활동-언어(의미화) 작용-말'이 '주체'의 정신성 형성, 구조화, 기능에 핵심 영향을 미친다. 개인의 정신성은 최초 삶을 좌우하던 엄마, 아버지, 상징계가 새로 태어난 '그'를 향해 어떤 '욕망'을 지녔고, 어떤 말을 던졌는지에 의해 그 근본 구조가 좌우된다. 부모가 '나'를 잉태하고 낳을 때 내게 무엇을 바랬을까? 부모자신조차 모르는 그 무의식적 욕망의 실체를 아이는 결코 온전히 알 수 없다. 단 무의식을 외부로 드러내는 중요한 단서들 중 '말'이 차지하는 비중과 기능이 대단하다. 즉 부모가 자식을 향해 무심코 (반복해서) 던진 말('언어적 요구')들엔 그 부모가 채우지 못해 안타까와하는 뿌리깊은 결핍과 욕망이 담겨있다. 프로이드는 40대에 자신의 꿈을 해석하는 과정에서 5세경에 각인된 '아버지의 말'을 기억해내었다. "(자다가 오줌싸고 울어대 힘들게사는 부모의 소중한 향락을 방해한) 이런 변변치 못한 녀석아" ...바로 그 기억 순간 그는 "아. 내가 지금껏 아버지(사회)를 향해 '난 그 누구도 무시할 수 없는 대단한 존재~'임을 증명해 보이려는 열망으로 살아왔구나!"를 절절히 자각한다. 어릴 적 '아버지의 말'은 자식의 정신 깊숙이 각인되어 교묘하게 일생을 좌우하는 실체가 된 것이다. '아버지의 그 말'만 있었다면 프로이드는 아마 세상에서 16년간 따돌림 당해 정신이 망가진 '변변치 못한 놈'으로 끝났을 것이다. 그런데 그의 정신 중심부엔 평생 공명하던 '어머니의 말'이 자리한다. "나의 황금 '지기'(지그문트 프로이드의 애칭)야!("사랑스럽고 소중한 나의 영원한 보물아!")" 그의 어머니는 그가 태어나는 순간부터 당신이 세상 떠날 때까지 진심으로 이 말을 자식을 향해 자연스레 던졌다. 어쩌면 21세 연상의 노쇠한 남편보다 스물한살에 낳은 장남 프로이드에게 마음이 더 갔을지도 모른다. 엄마의 욕망에 부응하려했는지 프로이드는 학교에 입학한 후 내내 전교 수석을 해서 가난에 위축된 부모의 욕망을 실현시켜줄 유일한 희망대상이 되었다. 그리고 이내 아버지의 말, 어머니의 말, 유대인을 차별하던 당대 사회의 '불가항력적이며 결함있는 말'에 일방적으로 압도되지 않고 주체적으로 응답하며 죽기 직전까지 인류를 향해 (자신의, 인간의) '진짜 마음'이 무엇인지를 깨우치는 '자신의 말'을 표현해낸 불굴의 모델이 되었다. 어릴 적 부모는 그대에게 진정 무엇을 바랬을까? 문득 기억나는 부모의 말, 세상의 말은 무엇인가? 그대는 왜 우여곡절 끝에 심란한 인간 고통들에 관심 갖는 이 길을 가게 된 건가? 어릴 적 지겹도록 들은 (수치스럽고, 부담스럽던) 어머니 말이 떠오른다. 무슨 말을 해도 원망스럽던 그리운 당신! "(병들고 빼빼 마른 채 도무지 먹질 않는 아이야. 제발 죽지 말거라! 신령들이시여. 초롱한 이 아이를 '시샘해' 부디 제게서 앗아가지 마소서! 신령들을 속여 널 살릴 수만 있다면 네게 상처주는 거짓말을 할 수도..) 네 진짜 엄마는 소금장수란다...넌 다리 밑에서 주서 온 아이란다..." "( 말 안 듣고 사고 처 속 썩이는 이 말썽꾸러기야...누구도 못꺽는 고집아....소문난 유학자 할아버지는 '여자가 배우면 못쓴다'며 일제 때 전교 수석하던 나를 상급학교 진학을 안시켰단다... 부디 할아버지보다 더 총명한) 대~학자가 되거라, (능력 있어도 여자로 태어나 억울했던 나 같은 인간을 위한) 대~변호인이 되거라..." '뭔가'에 상처입은 듯 누워 부모를 걱정시키다 묘하게 막판에 극적으로 힘이 솟아 사람을 깜짝 놀라게 하던 그 아이는 오랜세월 현실과 환상 경계가 모호한 안개 속에서 지내다 부모가 떠난 후 홀연 정신분석 조력자를 만나 '그것'의 숨은 의미를 하나하나 깨달는다. '말'로 꼬이고...'말'로 일으켜진 삶 어릴 적 고착된 욕동과 그것이 끈적하게 부착된 어떤 표상(환상), 부모의 욕망, 부모의 말이 모양을 바꿔가며 그대로 실현된 인생 파노라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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